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장승택의 겹회화

[의금상경(衣錦尙絅)] 展 서문 中

이진명(비평가)

 

장승택(張勝澤, 1959-) 작가는 모든 재료(material)를 통솔하여 빛(light)으로 바꾸는 연금술사이다. 장승택 작가는 겉으로 드러나는 주요 색(main color)으로 그 속에 담긴 무수히 많은 숨겨진 색들을 다스린다. 그것은 초월성에 대한 은유이다. 작가의 과거 작품에서는 플렉시 글라스 위에 아주 편편이 얹힌 색채의 빛 알갱이들이 자기 존재를 손짓했다. 한번 칠하고 수십 번을 덧칠하여 숫자 100을 향하여 반복되고 마침내 한 가지 색은 그 아래에 숨은 여타 다른 색들과 경쟁과 화해를 끝없이 시도했다.

사람의 삶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영원한 재설정에서 의미를 지닌다. 장승택 회화의 표면에 자리 잡은 하나의 색은 나 자신을 가리킨다. 나는 다른 색[人]과의 관계에 의하여, 다른 빛(天)과의 관계 설정에 의하여 끊임없이 재배치된다. 예술의 본질이 아름다운 대상으로 인간의 의미를 묻는 지난하고 항구적인 질문에서 드러난다고 할 때, 장승택의 회화는 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준다. 작가는 예술의 본질과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. "빛과 색채는 회화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지만, 나의 작업에 있어서 그것들은 반투명한 매체와 함께 절대적 요소가 된다. 증식된 투명한 색채와 빛의 순환에 의한 물성의 구체화를 통한 정신의 드러냄이 내 작업의 진정한 의미이다." 작가가 말하는 '정신의 드러냄'은 하늘이 부여해 준 마음의 드러냄이고, 그 마음은 모든 대상이 하나로 화합되어 경(敬, reverence)으로 고양(高揚)한 상태를 가리킨다. 장승택의 회화는 표면에 드러난 주요색과 그 아래에 숨은 조연의 색채들이 함께 빚어낸 연금술인 동시에 그것들이 경쟁과 화합을 통해 세계의 의미를 드러내는 서사이기도 하다.